얼마 전에 전시회를 보러 성북구에 있는 한 전시관에 다녀왔습니다. 특이하게도 그 전시관에는 '유아 화장실'이 따로 있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어린아이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았습니다. 노키즈존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요즘, 이러한 아동친화적인 공간이 있는 게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노키즈존'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노키즈존’은 말 그대로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를 의미하는데,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노키즈존은 약 500곳 정도 있다고 합니다(윤세미, 2023). 안타깝게도 대다수 국민들은 식당 등 업소의 노키즈존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한국리서치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70% 정도의 국민들은 '노키즈존은 업장 주인의 자유에 해당하고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기 때문에 허용할 수 있다'라며 노키즈존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이동한, 2021).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노키즈존은 업주의 영업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업소를 이용하고 싶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아동과 아동의 보호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입니다. 특히 노키즈존을 아동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노키즈존 확산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렇지 않게 차별하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는 점이며, 차별적인 시선은 언제든지 다른 집단에게로 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노키즈존 외에 NO 시니어 존(No senior zone), NO 교수 존, NO 중년 존 등이 논란이 된 적 있고, 최근에는 심지어 20대 대학생과 직장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NO 20대 존 카페가 등장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그저 매장 이용의 용이성을 위하여 혹은 매장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특정 집단 전체를 배제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특히 이러한 차별을 본인이 속한 집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묵인하고 인정한다면, 차별은 당연시되고 보편화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부당한 배제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키즈존에 대해서 캐나다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연령 등을 이유로 아동의 출입을 임의로 배제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제도화 움직임이 있는데,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 식당은 아동 차별이고, 13세 이하 아동 식당 출입 전면 금지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13세 이하 아동을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또한 현재 제주도의회에서는 제주도 내에서 노키즈존 설치를 제한하는 '제주도 아동 출입제한업소 지정 금지 조례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물론 법적, 제도적으로 노키즈존 설치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동을 무의식적으로 차별하는 문화가 변화해야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전시관에서 봤던 ‘유아 화장실’처럼 아동친화적인 시설이 더욱 늘어나야 하며 설치를 장려하는 제도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아동이었고, 노인이거나 노인이 됩니다. 지금 아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금 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들이 차별받는 것을 묵과하면 안 됩니다. 모든 사람이 인격 그 자체로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단법인 아동안전위원회
이사 김주환
* 이미지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